드립커피가 시거나 쓰면, 분쇄도는 어느 쪽으로 조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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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커피가 날카롭게 시고 얇게 느껴지면, 물·원두 양·수온·붓는 방식을 그대로 둔 채 분쇄도를 한 단계 더 곱게 바꿔 한 잔을 내려 본다. 반대로 거친 쓴맛과 입안을 마르게 하는 느낌이 주된 문제라면 한 단계 더 굵게 바꾼다. 신맛과 쓴맛이 함께 나거나 더 곱게 갈수록 물이 막히고 맛이 나빠지면, 분쇄도를 계속 바꾸지 말고 물길과 다른 조건을 확인한다.

이 글은 드리퍼와 종이 필터를 쓰는 드립·푸어오버를 대상으로 한다. 에스프레소의 도징, 탬핑, 압력 진단은 이 순서에 섞지 않는다.

한 번에 한 변수만 바꾼다

분쇄도를 바꾸는 목적은 정답 눈금을 찾는 데 있지 않다. 현재 맛이 추출 부족 또는 과다 쪽으로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데 있다. 그라인더 숫자와 클릭 폭은 기기마다 다르므로, 다른 사람의 눈금보다 현재 설정에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기록하는 편이 낫다. 그라인더별 분쇄도 환산 도구도 절대 눈금보다 자신의 추출 시간과 맛 기록으로 세팅을 보정할 필요를 짚는다.

  1. 현재 레시피의 원두 양, 물 양, 수온, 필터, 붓는 횟수와 속도를 적는다.
  2. 날카로운 신맛과 얇은 질감이 문제면 한 단계 곱게, 거친 쓴맛과 건조감이 문제면 한 단계 굵게 바꾼다.
  3. 나머지는 고정한 채 한 잔을 다시 내리고, 맛과 전체 추출 시간을 함께 비교한다.
  4. 맛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졌으면 같은 방향으로 한 단계만 더 시험한다. 나빠졌거나 변화가 없으면 원래 설정으로 돌아가 다음 원인을 본다.

이 대응은 출발점일 뿐이다. SCA와 UC Davis Coffee Center의 추출 차트 재검토는 쓴맛과 신맛을 추출수율만으로 읽기 어렵고, 농도와 물-커피 비율도 감각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시다’ 또는 ‘쓰다’는 말만으로 분쇄도의 정답을 확정할 수 없다.

고른 물길과 불균일한 물길을 비교한 드리퍼 단면
분쇄도 조정이 통하지 않을 때는 커피층의 기울기와 벽면을 타는 물길을 먼저 확인한다.

분쇄도 조정을 멈출 때

한 단계 바꿨는데도 맛이 거의 같다면 변화 폭이 너무 작았거나, 분쇄도 밖의 조건이 더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 같은 레시피에서 추출 시간이 평소와 크게 달라졌는지, 원두·수온·붓는 방식이 바뀌었는지를 대조한다. 시간 자체를 모든 드리퍼에 통하는 합격선으로 삼을 수는 없지만, 같은 조건 안에서는 비교 기록이 된다.

신맛과 쓴맛이 한 잔에 함께 나고 일부는 시며 일부는 떫거나 쓰다면, 더 곱게 또는 더 굵게만 반복하지 않는다. 더 곱게 갈수록 물이 유난히 느려지거나 막히는 경우도 여기에 넣는다. 불균일 추출을 다룬 모델 연구는 매우 미세한 분쇄에서 물길의 불균일이 커지면 ‘더 곱게’가 항상 추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설명한다. 이 연구는 에스프레소 조건을 중심으로 한 모델이므로 드립의 판정법은 아니지만, 분쇄도를 계속 곱게 보내기 전에 물길의 불균일 가능성을 확인할 제한 근거는 된다.

물길을 먼저 확인한다

  • 물을 붓기 전 커피층이 한쪽으로 몰리거나 크게 기울었는지
  • 물을 드리퍼 벽면에 계속 부어 물이 커피층을 우회했는지
  • 젓기나 흔들기를 과하게 해 미분이 아래에 쌓여 흐름을 막았는지
  • 추출 뒤 베드가 심하게 패이거나 한쪽만 젖어 보이는지

이 신호가 있으면 다음 잔에서는 분쇄도를 원래 설정으로 되돌린다. 커피층을 평평하게 만들고, 벽면을 피해 같은 방식으로 천천히 붓는 조건을 먼저 바꾼다. 이때도 한 번에 하나만 바꾼다. 필터커피 쓴맛·신맛 진단 가이드 역시 한 변수씩 바꾸고, 불균일한 베드에서는 붓기와 교반을 먼저 점검하도록 안내한다.

산미를 모두 없앨 필요는 없다

산미가 있는 원두의 밝은 맛과 덜 추출되어 날카롭고 얇게 느껴지는 신맛은 같은 말로 불릴 수 있다. 한 번에 구분하는 보편 기준은 확인되지 않았다. 분쇄도를 곱게 바꾼 뒤 단맛과 질감이 더해져 균형이 좋아진다면 그 방향을 이어간다. 원하는 산미까지 무뎌진다면, 결함보다 원두 특성이나 취향의 문제일 수 있다.

시고 얇으면 곱게, 쓰고 건조하면 굵게를 한 잔 비교의 첫 가설로 쓴다. 가설이 맞지 않거나 신맛과 쓴맛이 겹치면 분쇄도를 반대 방향으로 계속 바꾸지 말고 물길과 고정 조건을 확인한다. 그래야 그라인더 숫자가 아니라 재현 가능한 기록으로 다음 조정을 정할 수 있다.

참고 자료

  1.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 UC Davis Coffee Center, 「Towards a New Brewing Chart」
  2. William Lee / arXiv, 「Uneven Extraction in Coffee Brewing」
  3. SIMON & BEARNS Coffee Roasters, 「Filter Coffee Bitter or Sour? Causes, Diagnosis & Solutions」
  4. no coffee no life, 「그라인더 분쇄도 환산 · 세팅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