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로 튀김을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 다만 발연점 하나만 보고 모든 튀김에 적합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중불에서 짧게 볶거나 얕게 튀기면서 올리브 향을 살리고 싶다면 신선한 엑스트라버진을 선택할 수 있다. 높은 온도를 오래 유지하는 깊은 튀김이라면 풍미, 기름 사용량과 비용, 반복 사용 여부를 따져 정제 올리브유나 레시피가 지정한 고온용 기름과 비교하는 편이 낫다.
자료마다 발연점이 달라 보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International Olive Council의 올리브유 조리 안내는 발연점을 약 210℃, 적정 튀김 온도를 약 180℃로 제시한다. UC Davis Olive Center의 2019년 자료는 등급·품질·신선도에 따라 발연점이 175~240℃라고 설명한다. 어느 숫자도 개별 엑스트라버진 제품의 한계 온도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조리 방식만 같아도 선택은 달라진다
팬을 올리기 전에 목표 온도와 가열 시간을 가른다. 완성된 음식에 올리브 향이 필요한지, 기름을 얼마나 써야 하는지, 남은 기름을 다시 쓸지도 함께 본다. 조건이 달라지면 같은 튀김에서도 알맞은 기름이 달라진다.
| 조리 상황 | 엑스트라버진을 고를 조건 | 정제 올리브유나 고온용 기름을 비교할 조건 |
|---|---|---|
| 볶음·소테 | 중불에서 짧게 익히며 채소·해산물·소스에 올리브 향을 남기고 싶을 때 | 높은 열로 오래 볶거나 올리브 향이 음식의 맛을 가릴 때 |
| 얕은 튀김 | 조리 시간이 짧고 온도를 과하게 올리지 않으며 풍미를 살리고 싶을 때 | 여러 차례 나눠 오래 조리하거나 기름이 쉽게 과열되는 환경일 때 |
| 깊은 튀김 | 올리브 향이 요리의 일부이고 목표 온도를 관리하며 한 번 조리할 때 | 많은 양을 오래 가열하거나 반복 사용하며 중립적인 맛과 비용 관리가 우선일 때 |
IOC는 식재료에 따라 튀김 온도를 130~145℃, 155~170℃, 175~190℃로 나누고 약 180℃를 적정 온도로 안내한다. 온도계를 쓴다면 발연점 아래라는 사실보다 레시피의 목표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지가 먼저다. 기름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 가열을 멈추고 새 기름으로 바꾼다. North Carolina Cooperative Extension의 안내도 팬 프라잉에 올리브유를 쓸 수 있지만 연기가 난 기름은 교체하라고 설명한다.
210℃와 175~240℃는 같은 종류의 숫자가 아니다
IOC의 약 210℃는 일반적인 올리브유 조리 안내에 나온 값이다. UC Davis가 제시한 175~240℃ 범위에는 등급, 품질, 신선도라는 변수가 들어간다. 따라서 한쪽이 틀렸다기보다 제품 상태를 모른 채 단일 발연점을 보증값처럼 적용하기 어렵다고 해석하는 편이 타당하다.
정제 올리브유와 이른바 ‘라이트’ 올리브유가 열량이 낮다는 뜻도 아니다. UC Davis 자료에 따르면 모든 기름은 1g당 9kcal이며, ‘라이트’는 정제 과정에서 색과 향, 풍미가 대부분 줄었다는 의미다. 올리브 향을 살리려면 엑스트라버진이 어울리고, 향이 필요 없거나 많은 기름을 쓰는 조리에서는 정제 올리브유가 실용적일 수 있다.
University of Florida IFAS Extension의 기름 안내는 비정제유를 대체로 낮은 온도 조리에, 정제유를 더 높은 온도 조리에 맞는 기름으로 구분한다. 이는 모든 엑스트라버진이 깊은 튀김에 부적합하다는 뜻이 아니다. 높은 열에 오래 노출할수록 엑스트라버진의 풍미를 선택할 이점은 줄고, 온도 여유와 비용을 비교할 필요가 커진다는 판단 근거다.
재사용 횟수는 보증값이 아니라 상한이다
IOC는 적절히 다룬 올리브유라도 보통 4~5회를 넘겨 재사용하지 말라고 권한다. 그러나 이는 네 번째나 다섯 번째 사용까지 품질을 보증한다는 뜻이 아니다. 높은 온도에 오래 있었거나 식재료의 수분과 부스러기가 많이 섞였다면 한 번 사용한 기름도 더 빨리 변할 수 있다. Florida IFAS Extension 역시 고온 노출과 반복 튀김이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과 맛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용 횟수가 4~5회보다 적더라도 연기가 났거나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난 기름은 다시 쓰지 않는다. 색이 뚜렷하게 짙어지거나 점도가 달라지는 등 상태 변화가 보이면 횟수만 믿고 계속 쓰지 않는 편이 낫다. 반대로 한 번 썼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버려야 한다는 근거도 제공된 자료에는 없다. 횟수는 최대 범위로 보고, 실제 가열 이력과 상태에 따라 폐기 시점을 앞당긴다.
짧은 볶음이나 얕은 튀김에서 향을 살리고 싶다면 신선한 엑스트라버진을 선택할 수 있다. 깊은 튀김처럼 많은 양을 오래 가열한다면 목표 온도, 풍미, 비용과 반복 사용 여부를 먼저 비교한다. 특정 병의 정확한 최대 온도와 재사용 가능 횟수는 이 자료들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조리용 선택과 별개로 냉장 응고가 올리브유의 진위를 가리는 근거인지 궁금하다면 냉장고에서 굳은 올리브유, 진짜라는 뜻일까에서 이어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