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F·J의 작은 돌기는 점자일까, 아니면 다른 종류의 표식일까? 둘 다 시각 대신 촉각을 이용하지만 전달하는 정보는 다르다. 그 차이를 알면 숫자 키패드 5에도 비슷한 표식이 있는 이유가 풀린다.
돌기 두 개로 문자판의 자리를 찾는다
F와 J는 일반적인 QWERTY 터치 타이핑에서 양손 검지가 놓이는 홈 키다. 왼손 검지로 F, 오른손 검지로 J의 돌기를 찾으면 나머지 손가락도 같은 행의 A·S·D와 K·L·세미콜론 위에 놓인다. 개별 키를 하나씩 더듬지 않아도 두 기준점에서 문자판 전체의 위치를 되찾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터치 타이핑 설명도 F·J 돌기가 키보드를 보지 않고 손가락의 기준 위치를 찾고 유지하도록 돕는다고 밝힌다. 촉각 표식이 없는 화면 키보드에서는 익숙한 사용자도 손의 위치를 눈으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이 차이가 돌기의 역할을 잘 드러낸다.

숫자 키패드의 5도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5는 1부터 9까지 배열된 숫자 구역의 가운데에 있다. 가운데손가락으로 5의 표식을 찾으면 위의 8, 아래의 2, 좌우의 4와 6을 차례로 짚을 수 있다. F·J가 문자판의 기준점이라면 5는 별도로 떨어진 숫자판의 기준점이다.
점자는 정보를 쓰고, 키보드 돌기는 위치를 알린다
점자라는 설명이 그럴듯한 까닭은 둘 다 손끝으로 읽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미점자위원회의 점자 규격 설명에 따르면 전통적인 점자는 세로 3개, 가로 2개의 위치로 이뤄진 셀을 사용한다. 여러 점의 배열 자체가 문자와 기호를 나타낸다.
F·J와 숫자 5의 표식은 그 자체로 F, J, 5라는 문자를 부호화하지 않는다. 손이 입력면의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 주고, 사용자는 그 위치에서 주변 키의 배열을 떠올린다. 따라서 이 돌기는 점자가 아니라 손의 위치를 복구하는 촉각 기준점이다. 평면 터치패널에 기준 키의 감각을 만들려 한 햅틱 기준 키 특허도 이 원리를 전제로 한다. 기준점은 기억한 키 배열을 다시 사용할 출발점이다.
접근성에 유용해도 점자 장치는 아니다
오펀의 설명은 이 표식을 점자와 비슷한 역할에 빗대며 시각장애인의 사용을 함께 언급한다. 자판 위치를 촉각으로 찾는다는 기능적 비유는 가능하다. 다만 이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장치로 처음 만들어졌다’는 역사로 넓힐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확인된 초기 특허가 다룬 문제는 터치 타이핑 중 손의 기준 위치를 되찾는 일이었다. 1915년 Richard D. Scott의 타자기 키 레버용 키캡 특허는 특정 가이드 키를 깊게 오목하게 만들어 손이 자리를 떠난 뒤에도 촉각으로 다시 찾도록 했다. 다만 이 설계는 현대의 F·J가 아니라 새끼손가락이 놓이는 키를 예로 들었다. 촉각 가이드 키의 이른 사례이지만 오늘날 F·J 돌기의 직접적인 시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1942년 출원되고 1944년 등록된 Frederick W. Messchaert의 타자기용 표시기 특허는 현대 방식에 더 가깝다. 명세서와 청구항에는 F와 J 홈 포지션 키의 돌출형 표시가 명시돼 있다. 손을 뗐다가 잘못된 행이나 옆 키에 놓는 오류를 줄이려는 장치였고, 기존 타자기에 붙일 수 있는 구조도 포함했다.
Messchaert를 모든 현대 키보드 돌기의 유일한 최초 발명자로 확정할 수는 없다. 특허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설계가 언제, 어떤 제품을 거쳐 널리 보급됐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숫자 키패드 5의 표식이 처음 등장한 시점도 제공된 원자료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확인된 역사와 알려지지 않은 계보
과거에는 June E. Botich가 F·J 돌기를 발명했다는 설명도 퍼졌다. 그러나 인디펜던트의 정정 기사에 따르면 해당 특허는 A·F·J·세미콜론 키의 가장자리를 높이는 별도의 개선안이었다. 원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IBM Selectric 대중화설도 이번 근거만으로는 확정할 수 없다.
확실한 범위는 여기까지다. F·J와 숫자 5는 각각 문자판과 숫자판에서 손의 위치를 되찾게 한다. 이 기능은 시각장애인과 저시력자에게도 유용하지만, 접근성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점자이거나 시각장애인 전용으로 발명됐다고 볼 수는 없다.
점자는 촉각으로 정보를 읽는 체계이고, 키보드 돌기는 그 정보를 입력할 손의 좌표를 잡는 표식이다. 작은 돌기는 문자를 말하지 않는다. 손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 줄 뿐이다.
참고 자료
- 오펀, 「키보드 F와 J버튼에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Microsoft Surface, 「Choosing between touch and regular typing」
- The Independent, 「Why are there bumps on the F and J on a computer keyboard?」
- United States Patent Office / Google Patents, 「Cap for type-writer key-levers」
- United States Patent Office / Google Patents, 「Indicator for typewriters and the like」
- WIPO / Google Patents, 「Touch panel with a haptically generated reference key」
- Braille Authority of North America, 「Size and Spacing of Braille Charac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