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은 왜 가장자리부터 누렇게 변할까

·

같은 책장에 나란히 꽂아 둔 책인데, 왜 어떤 책은 여전히 희고 어떤 책은 절단면부터 갈색으로 변할까? 더 이상한 점은 책을 펼쳤을 때 한 장의 중앙보다 가장자리가 진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변색된 위치와 종이의 강도를 따로 보면 막연한 노화보다 원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좁힐 수 있다.

같은 나이의 책도 종이가 다르다

흔한 설명은 종이가 공기와 만나 산화됐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책마다 속도가 다른 이유와 종이가 바스러지는 현상까지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책의 황변 속도는 나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섬유 원료와 펄프 제조법, 남아 있는 리그닌, 사이징제와 충전제 같은 첨가제가 출발점을 바꾼다. 캐나다 보존연구소의 종이 보존 지침은 종이의 수명이 섬유와 제조법뿐 아니라 사이징제, 충전제, 염료, 광학증백제의 영향도 받는다고 설명한다. 오래된 책이라고 모두 같은 종이인 것은 아니며, 목재 펄프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빠르게 누렇게 변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리그닌을 많이 남긴 쇄목 펄프지는 빛과 열에 노출될 때 빠르게 변색되고 약해질 수 있다. 과거 널리 쓰인 알럼-로진 사이징도 시간이 지나면서 산성 열화를 촉진할 수 있다. 반대로 충분히 정제한 펄프에 탄산칼슘 같은 알칼리 물질을 넣은 종이는 다른 노화 양상을 보인다. 이런 제조 조건이 같은 책장에서도 신문용지와 도서 본문지, 책과 책 사이의 황변 속도를 벌린다. 자세한 내용은 일리노이대학교 도서관의 종이 재료 안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누런색과 바스러짐은 같은 현상이 아니다

종이의 주요 화학적 열화 경로는 산화와 산 촉매 가수분해다. 산화는 셀룰로스와 리그닌에 빛을 흡수하는 구조를 만들어 노란색이나 갈색이 나타나게 할 수 있다. 산 가수분해는 산도와 수분의 영향을 받아 셀룰로스의 긴 사슬을 끊고 종이의 강도를 낮춘다. 왕립화학회의 종이 보존 해설도 두 경로를 구분하며, 탈산과 표백은 전문가가 재료와 상태를 평가한 뒤 시행할 처리로 다룬다.

그래서 색이 진할수록 반드시 더 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빛은 종이를 누렇게 만들기도 하지만 종이와 염료, 노출 조건에 따라 색을 바래게 할 수도 있다. 겉이 옅어졌다고 손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 상태를 살필 때는 색과 함께 모서리가 쉽게 갈라지는지, 페이지를 넘길 때 가루나 조각이 떨어지는지를 별도로 봐야 한다.

닫힌 책의 가장자리는 빛과 공기 중 입자에 노출되고 페이지 중앙은 안쪽에 가려지는 구조도
종이의 조성이 책 전체의 노화 속도를 좌우한다면, 공기와 빛에 먼저 노출되는 절단면은 위치에 따른 색 차이를 만든다. 색을 만드는 산화와 강도를 낮추는 사슬 절단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가장자리의 색 차이는 위치에서 커진다

책을 닫아 두면 본문 중앙은 종이 더미 안쪽에 가려지지만 윗면과 앞 절단면은 공기, 먼지, 빛에 먼저 노출된다. 공기 중 질소·황 산화물 같은 오염물은 종이에 흡수돼 산도 상승에 관여할 수 있고, 빛과 열은 산화와 다른 열화 반응을 재촉한다. 서호주박물관의 종이 열화 매뉴얼은 종이 내부 성분, 공기 오염물, 빛, 습도와 접촉 재료를 서로 다른 손상 경로로 구분한다.

가장자리가 먼저 갈색이 되는 까닭은 두 층으로 설명된다. 종이 자체의 원료와 첨가제가 책 전체의 노화 속도를 좌우하고, 가장자리가 공기·빛·먼지에 더 많이 노출되면서 위치별 차이가 커진다. 다만 외관만 보고 어느 요인이 주원인인지, 그 책이 산성지인지까지 확정할 수는 없다.

변색 모양은 원인을 좁히는 단서다

절단면이나 책 윗부분을 따라 연속적으로 색이 진하다면 공기, 먼지, 빛에 더 많이 노출된 위치부터 살핀다. 창가 쪽 책등만 바랬거나 책장 한쪽의 책만 유난히 변했다면 빛과 열의 분포가 단서가 된다. 자연광뿐 아니라 인공광도 누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캐나다 보존연구소의 책 관리 안내에 설명돼 있다.

한 면이나 띠 모양만 갈색이라면 끼워 둔 신문 조각, 산성 판지, 코팅하지 않은 목재 선반, 접착테이프처럼 닿아 있던 재료를 확인한다. 산성 물질은 인접 재료에서 종이로 이동할 수 있다. 붉거나 갈색인 점이 흩어져 있다면 균일한 황변과 구분해야 한다. 폭싱(foxing), 금속 불순물이 촉진한 산화, 곰팡이성 얼룩은 비슷하게 보일 수 있으므로 사진이나 외관만으로 하나를 확정하기 어렵다.

되돌리기보다 추가 손상을 늦춘다

이미 생긴 일반적인 황변과 빛 손상을 집에서 안전하게 원상 복구한다고 약속할 수는 없다. 물세척, 표백, 탈산, 일반 접착테이프 수리는 종이와 잉크, 제본을 더 손상시킬 수 있다. 보존기관들이 환경 관리와 안전한 보관재를 먼저 권하는 까닭이다.

  1. 직사광선이 닿는 자리부터 바꾸고 책을 창가와 열원에서 떨어뜨린다.
  2. 다락, 지하실, 차고처럼 온도와 습도가 크게 흔들리거나 누수 위험이 있는 곳을 피한다. 무조건 건조하게 만들기보다 급격한 변동을 줄인다.
  3. 책 윗면에 쌓인 먼지는 책을 닫은 상태에서 부드럽고 마른 도구로 조심스럽게 제거한다.
  4. 책에 끼운 신문과 산성 판지, 고무줄, 일반 접착테이프를 점검한다. 떼는 과정에서 종이가 찢어질 것 같으면 작업을 멈춘다.
  5. 보존 상자를 고를 때는 ‘archival’이나 ‘acid-free’ 문구만 믿지 않는다. lignin-free와 chemically purified 여부, 완충재의 적용 대상, 접착재의 안정성을 함께 확인한다. NEDCC의 보관재 지침에 따르면 알칼리 완충재는 모든 종이와 색재에 맞지 않는다.

미국 의회도서관의 개인 장서 보존 안내는 대부분의 책에 안정된 환경과 상대습도 55% 이하를 권하면서도, 60%를 넘는 높은 습도뿐 아니라 약 30% 아래의 지나친 건조도 뒤틀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정에서는 숫자 하나를 억지로 맞추기보다 높은 습도와 큰 변동을 함께 피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페이지 모서리가 손만 대도 부서지거나 곰팡이가 의심되거나 금전적·기록적 가치가 큰 책이라면 직접 세척하거나 수리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떨어진 표지나 제본 조각이 있다면 버리지 말고 함께 보관한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의 책 보존 안내에 따르면 보존용 상자는 과도한 빛을 줄이고 떨어진 조각을 한데 보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장자리의 누런색은 종이의 제조 조건 위에 빛, 열, 습기, 오염물과 접촉 재료의 영향이 겹친 흔적일 수 있다. 색만 보고 재질을 단정하거나 되돌리려 하기보다 변색의 위치와 종이의 강도를 따로 기록하면, 지금 바꿔야 할 보관 조건부터 정할 수 있다.

참고 자료

  1. Canadian Conservation Institute, 「Caring for paper objects」
  2. 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 Library, 「Preservation Self-Assessment Program: Paper」
  3. Western Australian Museum, 「Deterioration」
  4. Northeast Document Conservation Center, 「Storage Enclosures for Books and Artifacts on Paper」
  5. Royal Society of Chemistry, 「Paper conservation」
  6. Library of Congress, 「Preserving Your Books」
  7. Canadian Conservation Institute, 「Basic care – Books」
  8. Conservation Center for Art & Historic Artifacts, 「Preventive Care of Book Collections」
  9. U.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Preserving 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