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맨손·장갑·비접촉을 어떻게 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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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는 손대지 말라는데, 왜 박물관 직원은 가끔 맨손으로 작품을 들까? 흰 면장갑이 보호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실제 보존 작업에서는 장갑을 꼈는지보다 여러 위험 가운데 무엇을 먼저 줄였는지가 중요하다.

장갑은 손의 유분과 염분을 막지만 촉각과 그립을 떨어뜨려 다른 사고를 부를 수 있다. 작품을 놓치거나 종이를 찢고 돌출부에 섬유를 걸 수도 있다. 그래서 작품과 작업 조건에 따라서는 훈련받은 담당자의 깨끗하고 마른 맨손이 더 안전할 수 있다.

장갑은 위험을 없애지 않고 바꾼다

맨손에서 묻은 유분과 염분은 사진, 금속, 도금, 고광택 표면에 지문이나 변화를 남길 수 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의 「Handling Guidelines: Gloves」가 사진과 네거티브, 금속을 다룰 때 장갑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헐거운 면장갑은 매끄러운 금속과 유리에서 미끄러지기 쉽다. 손끝의 봉제선은 감각을 둔하게 하고 섬유는 종이 가장자리나 돌출 장식에 걸릴 수 있다. 더러워진 장갑이라면 오염을 다음 작품으로 옮긴다. 런던 박물관의 보존 실무 설명은 이런 이유로 흰 면장갑을 쓰지 않는다고 밝힌다.

캐나다 보존연구소의 문화유산 취급 지침은 작품이 받을 충격·압력·오염과 작품이 취급자에게 줄 위해를 함께 평가하도록 한다. 금속·도금·사진과 지문이 남기 쉬운 고광택 표면에는 손의 염분과 유분이 위험하다. 반면 장갑 때문에 손잡이가 불안정해진다면 물리적 손상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 장갑 재질명만 보고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작품의 표면과 상태, 작업 방식, 기관 절차를 함께 확인하는 이유다.

종이 문서와 사진은 같은 방식으로 잡지 않는다

일반 문서나 책장을 넘길 때는 손끝의 감각이 물리적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은 이 경우 장갑보다 깨끗하고 마른 손을 권한다. 장갑이 종이에 걸리거나 조작을 어렵게 하고 장갑에 묻은 오염을 옮길 수 있어서다.

사진은 답이 달라진다. 사진은 종이만이 아니라 유리, 금속, 플라스틱 같은 지지체와 민감한 이미지층이 결합된 복합 물체다. 영국 국립기록원의 사진 취급 지침은 봉입되지 않은 사진에 니트릴 또는 비닐 장갑을 요구한다. 촉각을 낮추고 섬유와 오염을 옮길 수 있는 면장갑은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사진이 폴리에스터 슬리브에 들어 있다면 표면을 잡을 필요부터 없어진다. 사진을 꺼내 이미지층에 손을 대기보다 봉입된 상태로 옮기는 편이 낫다. 따라서 ‘종이는 맨손, 사진은 장갑’이라는 재질표만 외우기보다 손이 실제로 닿는 표면과 보호 포장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서로 다른 지침은 무엇을 다르게 보는가

기관마다 허용 범위는 같지 않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과 런던 박물관은 일반 종이와 책, 일부 안정된 직물을 깨끗한 맨손으로 다룰 수 있다고 본다. 서호주 박물관의 소장품 취급 자료는 종이와 직물에도 장갑을 더 폭넓게 권하며, 담당자는 면장갑보다 손에 잘 맞는 무분말 니트릴 장갑을 선호한다고 설명한다.

유네스코·ICCROM의 2010년 수장고 취급 지침은 면 또는 니트릴 장갑을 권하고, 장갑이 없으면 손을 철저히 씻도록 한다. 같은 문서는 이동 전에 작품의 구조와 무게, 새 위치, 경로, 장비와 인원을 확인하라고 요구한다. 면장갑의 미끄러짐과 걸림을 더 강하게 경고하는 다른 기관 자료와 대조하면 어느 한 지침을 모든 작품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작품 상태와 작업 방식, 직원 훈련, 기관 절차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직물도 이름만 보고 답을 정할 수 없다. 안정된 천인지, 금속사·구슬·단추가 붙은 복합재인지, 섬유가 부스러지거나 곰팡이가 의심되는지에 따라 조건이 달라진다. Museums Galleries Scotland의 직물 관리 지침도 제작법과 사용 이력, 장식 재료와 현재 상태를 함께 보도록 안내한다.

맨손·장갑·비접촉을 가르는 다섯 질문

선택은 장갑 재질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다음 다섯 질문으로 가장 큰 손상 경로를 먼저 찾는다.

  • 슬리브, 받침, 트레이나 카트로 작품 표면과의 직접 접촉을 피할 수 있는가?
  • 손의 유분과 염분이 실제 접촉면에 지문이나 변화를 남길 수 있는가?
  • 장갑이 촉각과 그립을 낮춰 낙하, 찢김, 걸림 위험을 키우지는 않는가?
  • 곰팡이, 살충제 잔류물, 납이나 유해 안료가 취급자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가?
  • 작품 상태 기록과 기관의 취급 절차는 어떤 장갑과 지지 방식을 요구하는가?
종이에는 깨끗한 맨손, 사진과 광택 금속에는 승인 장갑, 무거운 물체에는 그립 장갑과 운반 장비, 취약 작품에는 받침을 쓰는 선택 구조
장갑부터 고르지 않는다. 직접 접촉을 피할 수 있는지 확인한 뒤 오염, 그립, 취급자 위해와 기관 절차를 비교한다.

Museum Development South East의 작품 취급 지침도 장갑을 고르기에 앞서 작품을 꼭 이동해야 하는지 묻는다. 이동해야 한다면 트레이와 카트, 충분한 인원과 훈련을 준비한다. 손잡이는 약한 부위일 수 있으므로 손잡이만 잡지 않고 두 손으로 작품 전체를 지지한다.

이 순서로 보면 선택지가 갈린다. 먼저 슬리브나 받침으로 직접 접촉을 없앤다. 접촉이 필요하다면 사진·금속·도금·고광택 표면에는 손에 잘 맞고 기관이 승인한 장갑을 쓴다. 일반 종이와 책, 일부 안정된 직물은 기관이 허용하고 촉각이 물리적 안전에 도움이 될 때 깨끗하고 마른 맨손을 택할 수 있다. 크고 무거운 물체라면 얇은 오염 방지 장갑만 고집하지 말고 그립용 장갑, 충분한 인원과 운반 장비를 함께 마련한다.

복합재, 부스러지는 표면, 과거 처리 이력이 불분명한 작품에는 이 판단 구조만으로 답을 확정할 수 없다. 작품 보호와 별개로 취급자를 보호해야 할 수도 있다. 보존 담당자가 취약 부위와 작업 목적을 확인하고 기관 절차에 따라 결정할 영역이다.

직원의 맨손은 관람객의 접촉 허가가 아니다

앞선 취급 지침을 함께 보면 직원의 작업과 관람객의 접촉은 같은 조건이 아니다. 직원은 작업 목적과 접촉 부위, 작품 상태, 이동 경로, 받침과 인원을 미리 정한다. 관람객의 접촉은 횟수와 손 상태, 가해지는 힘을 같은 방식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직원이 맨손을 택한 장면만으로 관람객도 작품을 만져도 된다고 해석할 수 없는 까닭이다.

박물관의 ‘손대지 마시오’와 보존 담당자의 맨손은 모순이 아니다. 전자는 반복되고 통제하기 어려운 접촉을 막는 운영 규칙이다. 후자는 비접촉 가능성, 표면 오염, 촉각과 그립, 취급자 위해, 기관 절차를 비교해 고른 작업 방식이다. 장갑 유무가 아니라 그 순간 가장 큰 손상 경로를 줄이는 쪽이 답이다. 작품마다 보존 조건이 달라지는 또 다른 까닭은 미술관 작품마다 조명 밝기가 다른 이유에서 이어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 자료

  1. U.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Handling Guidelines: Gloves」
  2. Canadian Conservation Institute, 「Handling heritage objects」
  3. The National Archives (UK), 「Handling photographic materials」
  4. London Museum, 「Why are you touching that object without gloves?」
  5. Western Australian Museum, 「Handling Objects」
  6. Museum Development South East, 「Handling Museum Objects」
  7. Museums Galleries Scotland, 「Caring for textile collections」
  8. UNESCO·ICCROM, 「Cultural Heritage Protection Handbook No. 5: Handling of Collections in Storage」
  9. dinsights, 「미술관 전시실은 왜 어두울까? 작품마다 밝기가 다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