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노라하는’이 익숙한데 왜 ‘내로라하는’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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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내노라하는 기업”이라는 문장은 꽤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교정기는 왜 ‘내로라하는’으로 고칠까? ‘로’가 들어간 경로를 따라가면 표준형뿐 아니라, 틀린 표기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

현행 표준 표기는 ‘내로라하다’이며, 뒤의 명사를 꾸밀 때도 ‘내로라하는’으로 붙여 쓴다. ‘내노라하다’는 표준 표기가 아니다.

‘내놓으라’에서 줄어든 말이 아니다

‘내노라하는 선수’를 ‘남들 앞에 내놓을 만한 선수’로 이해하면 뜻은 얼추 통한다. 이 때문에 ‘내놓다’나 ‘내놓으라’가 줄어 ‘내노라’가 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맞춤법 칼럼국립국어원의 문법 해설은 이런 연결을 어원이 아니라, 구조가 낯설어진 뒤 생긴 잘못된 연상으로 설명한다.

뜻도 조금 좁혀 볼 필요가 있다. 국립국어원 상담 사례가 제시한 의미는 ‘어떤 분야를 대표할 만하다’이다. 단순히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거나 유명하다는 뜻보다, 그 분야에서 손꼽힐 만하다는 판단이 담긴다.

‘로’는 옛 서술격 환경에서 생겼다

국립국어원 상담은 ‘내로라하다’를 ‘나+이-+-로라+하-+-다’로 분석한다. 더 오래된 형성 과정을 다룬 공식 해설은 ‘나+이-+-오-+-다’에서 출발한 표현으로 풀이한다. 당시에는 서술격 요소 ‘이-’ 뒤의 ‘-오-’가 ‘-로-’로, ‘-오-’ 뒤의 ‘-다’가 ‘-라’로 나타나는 환경이 있었다. 이 과정을 거쳐 ‘내로라’가 됐다는 설명이다.

일부 맞춤법 문서는 이를 ‘나이다’ 계열에서 온 말이라고 간단히 정리한다. 큰 방향에서는 공식 분석과 통하지만, 왜 하필 ‘로’가 나타났는지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역사적인 ‘-오-’와 그 앞뒤 환경을 생략한 기억법에 가깝다.

옛 문법에서는 서술격 요소 뒤의 ‘-로라’와 일반 동사 뒤의 ‘-노라’가 갈렸다. ‘이로라·아니로라’와 ‘가노라·부르노라’가 서로 다른 자리에 놓인 것이다. ‘내’가 ‘나+이’의 결합에서 나온 형태라면 일반 동사 뒤의 ‘-노라’를 곧바로 붙일 자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내노라’가 자연스럽게 느껴질까

‘내노라’를 아무 근거도 없는 철자라고만 하면 혼동의 절반은 설명하지 못한다. 한국어에는 자신의 행동이나 의지를 드러내는 ‘-노라’가 실제로 있고, ‘가노라·말하노라’ 같은 꼴도 익숙하다. 여기에 ‘내놓으라’라는 말까지 겹치면서 ‘내노라’가 그럴듯해진다.

2007년 『새국어생활』 논단 「표준어 규정의 몇 가지 문제 사례」는 다른 해석도 제시한다. 옛 문법에서는 ‘이-’ 뒤에 ‘-로라’, 일반 동사 뒤에 ‘-노라’가 왔지만 현대에는 서술격 환경에서도 ‘나이노라·세상이노라’처럼 ‘-노라’를 쓰는 유추가 자연스러워졌다는 주장이다. ‘내노라’의 확산을 무지나 오타만으로 보지 않고 문법이 평준화된 결과로 해석한 셈이다.

다만 이 글은 현행 규범을 비판하는 필자의 논단이지, 표준 표기를 바꾼 공식 판정이 아니다. 현대 화자에게 ‘내노라’가 자연스러운 이유를 설명하는 일과 지금 써야 할 표준형을 판정하는 일은 구분해야 한다.

문장에서는 ‘내로라하는’으로 붙인다

실제로 고칠 때마다 어원을 다시 따질 필요는 없다. ‘내로라하다’는 한 단어이므로 활용형도 붙여 쓴다. 전북일보의 바른말 칼럼도 사전에 오른 한 단어라는 점을 들어 ‘내로라하는’으로 쓰도록 안내한다.

  • 내노라하는 전문가 → 내로라하는 전문가
  • 업계의 내로라 하는 기업 → 업계의 내로라하는 기업
  • 내노라할 만한 선수 → 내로라할 만한 선수

‘내로라’의 ‘로’는 ‘내놓다’의 흔적이 아니라, ‘나+이’ 뒤에서 형성된 옛 ‘-로라’의 흔적이다. 오늘날 ‘내노라’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데에는 실제 어미 ‘-노라’와 현대적 유추가 작용할 수 있다. 그래도 기사나 보고서에서 쓸 표준형은 붙여 쓴 ‘내로라하는’이다.

발음과 표기가 어긋나 헷갈리는 다른 사례로는 ‘대가’는 [대까]인데 왜 ‘댓가’로 쓰지 않는지를 이어서 볼 수 있다.

참고 자료

  1. 국립국어원, 「'내로라하다', '내노라하다'의 표기」
  2. 국립국어연구원·국립국어원, 「‘내노라’인가, ‘내로라’인가?」
  3. 새국어생활·국립국어원, 「표준어 규정의 몇 가지 문제 사례」
  4. 동아일보, 「[맞춤법의 재발견] 〈92〉 내노라와 내로라」
  5. 맞춤, 「내로라하다 vs 내노라하다」
  6. 충청북도교육청 한글사랑관, 「표준어휘 - 내로라 하는 사람들」
  7. 전북일보, 「'나이로다'가 줄어든 '내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