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고객 신뢰, 당근과 중고나라 사례에서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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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먼저 풀어야 할 신뢰의 문제

거래액, 활성 이용자, 신뢰 장치, 확장 가능성을 서로 다른 평가 기준으로 비교한 도식
플랫폼의 크기와 신뢰는 같은가

스타트업이 고객을 설득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문제는 신뢰다. 새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는 성능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선택받기 어렵다. 고객은 누가 책임지는지, 약속한 경험을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지 함께 판단한다. 이 글은 중고거래 플랫폼 사례를 통해 신뢰가 거래 위험을 어떻게 낮추는지 살피고, 스타트업이 적용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정리한다.

당근마켓과 중고나라의 차이가 말해 주는 것

책임지는 사람, 분명한 혜택, 검증 가능한 콘텐츠가 고객 판단 근거로 이어지는 과정
스타트업이 신뢰를 쌓는 경로

2021년 당근마켓은 1,789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았다. 같은 해 롯데쇼핑은 유진자산운용 등과 함께 중고나라 지분을 인수했다. 연합뉴스가 전한 당근마켓의 투자 유치삼일PwC경영연구원이 정리한 중고거래 플랫폼 비교에 따르면 당시 당근마켓의 평가액은 약 3조원, 중고나라의 추정 기업가치는 약 1,200억원대였다.

두 수치를 단순 비교해 당근마켓의 가치가 중고나라보다 몇 배 높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쪽은 성장 자금을 유치한 투자 라운드의 평가액이고, 다른 쪽은 여러 투자자가 지분을 공동 인수한 거래에서 추정한 값이다. 시점과 지분율, 거래 목적이 다르다. 당시 보도에서 제시한 거래액도 회사의 회계상 매출이 아니라 플랫폼에서 오간 물품 가격의 추정치였다.

그 차이를 감안해도 두 플랫폼의 지표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한국일보가 2021년 업계 추정치로 보도한 2020년 거래액은 중고나라 5조원, 당근마켓 1조원이었다. 삼일PwC 보고서도 중고나라가 거래액에서는 앞섰지만, 당근마켓은 월 활성 이용자 수에서 우위였다고 정리한다. 누적 가입자 수나 거래액처럼 ‘얼마나 컸는가’만으로 당시의 가치 차이를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투자자는 지역 커뮤니티로의 확장 가능성과 이용 빈도도 함께 봤을 가능성이 있다.

중고거래에서 신뢰는 특히 중요하다. 구매자는 판매자만큼 물건의 상태를 알기 어렵고, 이 정보 비대칭은 이른바 레몬 시장의 문제로 이어진다. 거래 상대방을 쉽게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고나라는 이런 조건에서도 플랫폼을 형성하며 국내 중고거래 시장을 개척했다. 그러나 비대면 개인 거래의 사기 위험까지 없앤 것은 아니었다. 전화번호나 계좌번호로 피해 이력을 조회하는 더치트 같은 별도 서비스가 이용됐다는 사실은 플랫폼 밖의 장치로 신뢰를 보완할 필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당근마켓은 거래 상대의 과거 행동을 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줄이려 했다. 신규 가입자는 36.5도의 매너온도에서 시작하고, 거래 후기와 매너 평가 등에 따라 온도가 달라진다. EBN의 매너온도 작동 방식 설명에 따르면 이는 개인별 신뢰 등급에 가까운 장치다. 가까운 동네에서 직접 만나는 구조까지 더해져 익명의 원거리 거래와는 다른 신뢰 환경을 만들었다.

평점만으로 신뢰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2026년 공개된 대규모 현장 실험에서는 소셜 네트워크 안에 포함된 개인 간 거래 시장에 평점을 도입해도 이후 6개월 동안 평균적인 거래 활동이나 이용자 행동이 달라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사회적 관계가 이미 신뢰를 만들고 있다면 중앙화된 평점의 추가 효과가 작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AAAI ICWSM에 실린 현장 실험은 당근마켓을 조사한 사례가 아니므로 직접적인 반증은 아니다. 다만 당근의 성장을 매너온도 하나의 효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성, 이용 빈도, 상품 구성, 커뮤니티 기능이 함께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신뢰를 만드는 세 가지 마케팅 조건

사람, 혜택, 콘텐츠

첫째, 서비스를 책임지는 사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병원이나 변호사 홈페이지에서 의사나 변호사의 사진과 이력을 크게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익숙한 형식일 수 있지만, 고객에게 누가 서비스를 책임지는지 알려 주는 장치다.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 뒤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그 사람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알 수 있느냐에 따라 판단의 근거는 달라진다. 제작자나 제공자의 역할, 경력, 책임 범위를 솔직하게 전달하되 직접 출연할 필요는 없다.

둘째, 무료 자체보다 고객이 얻는 혜택에 집중해야 한다. 무료 서비스가 많아도 모든 사람이 새 서비스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에버노트를 잘 쓰던 사람이 노션이 새로 나왔다고 바로 옮길 수 있을까. 저장한 데이터를 옮기는 수고, 새 프로그램을 익히는 시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무료’를 중요한 포인트로 삼지만, 무료는 가격만 없앨 뿐 전환 비용과 실패 위험까지 없애지는 않는다. 고객이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쓰게 하려면 그 위험을 감수할 만한 혜택을 보여줘야 한다. 고객이 돈을 내고도 이용할 혜택을 먼저 만든 뒤, 이를 무료로 경험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편이 낫다.

셋째, 콘텐츠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다. 신뢰를 쌓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블로그를 열고 콘텐츠를 게시하는 것이다. 반드시 블로그일 필요는 없으며, 유튜브를 비롯해 꾸준히 운영할 수 있는 채널을 선택하면 된다.

좋은 콘텐츠는 고객이 구매 전에 묻는 질문에 답하고, 무엇을 알고 무엇은 아직 모르는지 드러낸다. 콘텐츠의 양 자체가 신뢰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출처 없는 수치나 과장된 성공담이 쌓이면 오히려 신뢰를 해칠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이나 브랜드를 걸고 꾸준히 작성해야 할 것은 확인 가능한 정보다. 콘텐츠가 쌓일수록 고객이 당신 또는 브랜드를 판단할 근거도 함께 쌓인다.

참고 자료

  1. 연합뉴스, 「당근마켓, 1천800억 투자유치 완료…'몸값 3조' 유니콘 등극」
  2. 삼일PwC경영연구원, 「산업별 주요 이슈 분석: 소비재·헬스케어 & 금융 — Industry Issue Report 2022년 11월 1주」
  3. 한국일보, 「거래자 '1000만 시대'에 먹을 게 없네…수익성 고심 깊어진 중고거래 플랫폼」
  4. EBN, 「당근마켓 '매너온도' 아시나요…이용자 열광 이유있다」
  5.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AAAI Conference on Web and Social Media, 「Can Social Networks Substitute for Reputation Systems? Evidence from a Large Scale Field Experi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