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생존은 큰 기업과 정면으로 맞서는 능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스타트업의 법률 문제를 다루는 사업에 몸담으며 여러 회사를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을 피하고 사업을 이어 가는 데 필요한 조건을 정리한다.
스타트업은 대체로 작은 기업이다. 다만 스타트업은 성장 방식과 사업 단계를 가리키는 말이고, 소상공인은 법률상 분류이므로 같은 뜻으로 볼 수는 없다. 2026년 시행 기준에서 소상공인이 되려면 먼저 소기업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상시 근로자 수에도 업종별 기준이 적용된다. 업종별 상시 근로자 기준에 따르면 광업·제조업·건설업·운수업은 10명 미만, 그 밖의 업종은 5명 미만이다. 근로자 수만 맞는다고 곧바로 소상공인이 되는 것은 아니며, 소상공인기본법 제2조의 소기업 요건도 함께 충족해야 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려면

작은 기업이 대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맞서 이기기는 어렵다. 한 사람이 열 사람 몫을 해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다시 말해 경쟁이 덜한 곳에서 자기 방식의 우위를 만드는 일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의 소모적인 경쟁도 피할 필요가 있다.
첫째, 경쟁이 덜한 시장을 찾아야 한다. 시장은 구매력 있는 수요가 있는 소비자를 뜻한다. 경영학에서는 필요(needs), 욕구(wants), 수요(demands)를 구분한다. 필요는 목마름 같은 결핍이고, 욕구는 물이나 탄산음료처럼 이를 해결하려는 구체적 방식이다. 수요는 구매력이 뒷받침된 욕구다. Pearson의 마케팅 교재도 욕구가 구매력과 결합할 때 수요가 된다고 설명한다. 경쟁사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미충족 수요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소비자가 실제로 돈을 낼 의사가 있는지, 기존 대안으로 문제를 감수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아직 어느 기업도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 수요를 찾는 일이 출발점이다.
생산력은 약속을 지키는 힘이다

둘째, 생산력을 길러야 한다. 기업은 시장에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주체다. 마이클 포터의 가치사슬은 기업 활동을 전략적으로 중요한 단위로 나누어 경쟁우위의 원천을 살피는 도구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가치사슬 설명도 개별 활동 자체뿐 아니라, 활동을 어떻게 구성하고 연결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가치사슬의 본원적 활동은 내부 물류, 운영, 외부 물류, 마케팅·판매, 서비스로 나뉜다. 지원 활동에는 기업 인프라, 인적자원관리, 기술개발, 조달이 포함된다. 따라서 생산만 잘한다고 마케팅과 서비스까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역량이 부족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때 만들고 전달하지 못하면 다른 활동에도 힘을 싣기 어렵다.
생산력은 약속한 결과를 내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언제까지 무엇을 만들기로 했는지 정한 뒤 이를 해내면 생산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기간을 지키지 못하거나 명세와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생산력은 부족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은 정한 시간과 요구사항을 지키고 있는가.
마지막에는 사람을 지켜야 한다
셋째, 경쟁이 덜한 시장을 찾고 생산력도 확보했다면 사람을 지켜야 한다. 스타트업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뒤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고 느끼기 쉽다. 그렇다고 법적으로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 계약에 일정 기간의 재직이나 경영 전념 의무가 포함될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의무와 위반 효과는 계약마다 다르다.
대표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기회를 선택할 수 있고, 공동창업자도 회사를 떠날 수 있다. 사업은 혼자 이어 갈 수 없으므로 사람을 지키는 일은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이 된다. 구성원이 더 나은 직장을 찾아 떠날 가능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첫 장 제목으로 알려진 “꿀을 얻으려면 벌통을 걷어차지 마라”는 비유가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비난부터 하기보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한 번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사람을 지킨다는 이유로 문제를 무조건 참으라는 뜻은 아니다. 기준과 책임은 분명히 하되, 회사가 떠날 이유를 먼저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이 세 가지를 갖춘다고 대기업과의 경쟁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쟁이 덜한 수요를 찾고, 약속한 결과를 만들며, 함께하는 사람을 지키는 일은 작은 기업이 경쟁의 방식을 바꿀 때 살펴볼 조건이다. 다른 요인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