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마케팅의 어려움은 노출을 늘리는 데만 있지 않다.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콘텐츠나 광고를 만들어도 소비되지 않기 쉽고, 비용을 쓰지 않으면 구성원과 지인 사이에서만 머무를 수 있다. 마케터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압박도 받는다.
그렇다고 곧바로 비용을 늘리기도 어렵다. 집행 경험이 적으면 효율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부담스럽고,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 소액을 써도 얼마를 테스트해야 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예산이 빠듯한 스타트업에서는 테스트 비용을 제안하는 일도 조심스러워진다.
노출보다 인식을 먼저 봐야 한다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보게 할까?”라는 노출 중심의 질문으로 기울기 쉽다. 하지만 노출만 늘려서는 성과가 개선된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예산이 제한된 스타트업이라면, 콘텐츠나 광고를 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인식은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선택지와 어떻게 구별하는지에 관한 일이다. 사람을 알아볼 때도 키, 코, 어깨, 목소리처럼 눈에 띄는 차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제품과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마케터는 소비자가 어떤 차이를 인식하는지, 그 인식이 의도한 차별점과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차별점만 강조하면 생기는 문제

사람은 한 가지 장점을 보면서 다른 부분의 약점을 짐작하기도 한다. “아메리카노 1,900원”이라는 문구를 본 소비자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 맛있는 아메리카노가 참 저렴하구나.
- 가격이 저렴한 대신 맛이 별로겠구나.
마케터는 소비자가 ‘맛있지만 저렴하다’고 생각하기를 바라지만, 소비자는 맛이 없을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가격과 맛이라는 요소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차별점(Point of Difference)과 동등점(Point of Parity)으로 설명한다. 브랜드 포지셔닝에서 차별점은 경쟁 대안과 구별되는 연상이고, 동등점은 해당 범주의 선택지로 인정받기 위해 갖춰야 할 연상이다.
차별점을 강하게 인식한다고 해서 다른 요소까지 반드시 낮게 평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다른 정보가 부족할 때 소비자는 가격을 품질 판단의 단서로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가 가격과 객관적 품질의 관계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도 아니다. 가격과 품질에 관한 소비자 인식은 제품 유형에 따라 달라지며 대체로 정확도가 높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따라서 스타트업 마케터는 차별점과 함께 소비자가 기대하는 기본 자격도 관리해야 한다.
비대면 서비스에서 겪은 일
필자도 온라인 서비스 마케팅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소비자들은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여서 신뢰가 안 간다”, “직접 대면해 서비스를 받거나 전화 상담을 받고 싶다”는 니즈를 보였다. 서비스에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었고 전화 상담도 가능했다. 그래서 신뢰와 전화 상담이라는 동등점을 알리는 활동을 했고, 소비자의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1,900원 아메리카노의 ‘맛’도 같은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맛이 없을 것이라고 느낄 수 있으므로, 맛이 ‘괜찮다’는 동등점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저렴하지만 최고로 맛있는 커피’라고 무리하게 주장하기보다 기본적인 맛을 갖췄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편이 낫다. 샷을 1개가 아니라 2개 넣는다고 알리거나, 오늘 갓 볶은 원두를 쓴다고 말할 수 있다. 갓 볶은 원두를 쓴다는 점을 보여주려면 원두 볶는 기계를 행인이 볼 수 있게 배치하고, 아침마다 실제로 원두를 볶는 방법도 있다.
좋은 인식이 노출의 토대가 된다
인식을 관리하면 노출의 성과도 좋아질 수 있다. 키워드 검색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나오는 블로그 가운데 어느 콘텐츠를 신뢰할지는 순서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콘텐츠의 내용이 중요하다.
콘텐츠 조회 시간이 늘면 검색 순위가 오른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Google은 검색 순위 조작보다 사람에게 유용하고 신뢰할 만한 콘텐츠를 우선하라고 안내한다. 좋은 콘텐츠를 쓰는 일은 인식 중심 사고와 닿아 있고, 검색 순위만 높이려는 일은 노출 중심 사고에 머무를 수 있다. 노출만 좇으면 콘텐츠의 내용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검색 순위를 1위로 만드는 하나의 비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식이 중요해도 노출 역시 필요하다. 고객이 우리를 어떤 차이로 기억해야 하는지 정한 다음, 선택에 필요한 기본 자격과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노출은 그 뒤에 넓혀야 한다.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일수록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하며, 신뢰 없이는 원하는 인식도 만들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