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사업기획에서 아이디어와 시장 규모만 살피면 경쟁자가 따라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실제 운영 비용은 얼마나 들지 놓칠 수 있다. 기존 선택지 대신 우리를 고를 이유, 약속한 결과를 만들 운영 방식, 그 가치를 고객에게 알릴 마케팅을 함께 계획해야 한다.
스타트업 사업기획은 경쟁을 전제로 시작해야 한다

사업은 경쟁 속에서 고객을 얻는 일이다. 기업 전략도 경쟁 전략과 맞닿아 있으며, 마케팅 역시 한정된 고객과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과정이다. 시장은 무한하지 않다.
새 제품이나 서비스가 곧 새 시장을 만든다는 기대는 쉽게 생긴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일은 대체로 어렵고, 고객도 낯선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념만으로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
따라서 많은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이나 기존 방식과 경쟁해야 한다. CB Insights가 2023년 이후 문을 닫은 벤처투자 기업 431곳을 분석한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던 385곳 가운데 70%가 자본 고갈을 겪었다. 제품·시장 적합성 부족은 43%, 잘못된 시기 선택이나 거시환경은 29%, 지속 가능하지 않은 단위경제는 19%로 나타났다. 한 기업의 실패에는 여러 원인이 겹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새 제품이나 서비스로 새 시장을 여는 일은 그만큼 어렵다. 세상에 없던 것을 발명해 사업으로 이어 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기존 선택지에 어떤 가치를 더할지부터 검토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출발점은 경쟁이다. 이미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고객이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 상품을 집 앞까지 배송하는 서비스가 있다. 여기에 배송 시간을 앞당기고 새벽 배송을 제공한다는 아이디어를 더할 수 있다.
이 역시 큰 창의성을 요구한다. 지금은 택배사를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달랐다. 대형마트 상품을 새벽에 배송하려면 어떤 방식이 필요할지, 전국 단위의 빠른 배송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할지를 풀어야 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패할 수 있다. 고객이 그 아이디어를 좋아하면 경쟁자도 빠르게 따라올 가능성이 있다. 사업에서 모방은 드문 일이 아니며, 기존 기업이 쌓아 온 운영 기반을 작은 기업이 단기간에 따라잡기도 쉽지 않다. 투자자와 고객 모두 기존 선택지 대신 이 기업을 택할 이유를 묻는다.
이 지점에서 창업 의지가 약해진다면, 창업의 난도를 현실적으로 본 결과일 수 있다. 스타트업 창업은 어렵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더 맞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창업이나 스타트업 초기 커리어에 필요한 성향일 가능성은 있다.
스타트업에서 새 사업을 시작하려면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경쟁, 운영, 마케팅이다.
첫째, 경쟁 압력을 견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들려는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대체재가 있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처럼 보여도 고객이 그 가치를 대신 얻던 방식은 존재한다.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뿐 아니라,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존 방식을 유지하는 선택도 대체재가 될 수 있다.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쓰는 일은 고객에게 늘 반가운 선택이 아니다. 많은 사람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존 방식을 택한다. 새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 때 이 선택지를 중요한 경쟁 상대로 봐야 하는 이유다.
경쟁 압력은 두 시점에서 나타난다. 하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자마자 마주할 경쟁으로, 직접 경쟁 기업뿐 아니라 기존 방식과 대체재도 포함한다. 다른 하나는 사업이 성과를 낸 뒤 따라오는 경쟁이다. 성과가 보이는 사업에는 모방 수요가 생기며, 경쟁자는 작은 스타트업일 수도,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기업일 수도 있다.
- 출시 직후 마주할 경쟁에서 어떻게 선택받을 것인가?
- 뒤따르는 모방 경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경쟁 압력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고 싶은 제품이나 서비스에만 집중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좋은 제품이라고 해서 저절로 팔리지는 않는다. 가격을 정하고, 경쟁 제품보다 매력적인 요소를 고객에게 알리며, 경쟁자가 따라왔을 때의 대응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제품 개발만으로는 경쟁 압력을 이겨내기 어렵다.
둘째, 실행을 뒷받침할 운영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 글에서 기업 운영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더 많은 성과, 더 낮은 비용, 더 빠른 속도다. 경쟁 전략은 계획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거나, 너무 늦게 실행하거나, 실행 비용이 감당할 수준을 넘으면 전략의 의미도 줄어든다.
기업 운영은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이다. 먼저 만들어야 할 성과를 정의하고, 이를 이루는 데 필요한 일을 파악한다. 비용을 최소화하며 계획을 실행하고, 계획과 실행을 반복해 성과 가능성과 속도를 높인다. 이런 지속적 개선과 조직문화의 결합을 운영의 탁월성(Operational Excellence)이라고 부른다. Shingo Model도 지속 가능한 운영의 탁월성을 조직의 성과와 그 성과를 만드는 문화의 결합으로 설명한다.
운영의 탁월성을 위해서는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 성과를 내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며, 이들이 지속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정의하고 관리할지도 미리 정해야 한다. 운영 전략에는 인재 선발과 관리, 조직문화, 성과 관리가 포함된다.
스타트업은 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 체계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을 기획할 때 조직과 운영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운영의 탁월성은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경쟁력이 될 수 있으며, 경쟁 기업보다 운영 측면에서 앞선다면 같은 사업에서도 장기적으로 유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셋째, 고객의 선택으로 이어질 마케팅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고객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 마케팅도 고객을 창출하는 활동이다. 경쟁 전략과 마케팅 전략은 분리하기 어렵고, 사업기획 단계부터 함께 검토해야 한다.
미국마케팅협회는 마케팅을 고객과 사회에 가치 있는 제안을 만들고 전달하며 교환하는 활동과 과정으로 정의한다. 스타트업도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인식하도록 하고, 기업과 고객 사이의 가치 교환을 이끌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의 인식 속에 자리 잡게 하려면 기존 제품과 서비스의 카테고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고객이 해당 제품을 특정 카테고리의 정당한 선택지로 받아들이게 할 동등점, 즉 POP(Point of Parity)를 만든다. 이어 경쟁 제품과 구별되는 차별점, 즉 POD(Point of Difference)를 인식시킨다. 효과적인 브랜드 포지셔닝에는 차별점뿐 아니라 경쟁 제품과 공유하는 동등점도 필요하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POP와 POD를 정의한 뒤, 이를 고객에게 분명하게 전달할 메시지를 설계한다. 메시지를 전달할 공간과 수단을 정해 고객에게 닿게 하고, 필요하면 선택을 촉진할 캠페인도 기획한다. 이 과정은 고객을 늘리기 위한 실행 계획이 된다.
경쟁 전략, 운영 전략, 마케팅 전략은 스타트업 사업기획의 기초 영역이다. 세 가지를 모두 갖췄다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통계청의 2024년 기업생멸행정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신생기업 가운데 2023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36.4%였다. 스타트업만을 집계한 수치는 아니지만, 새 사업을 지속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세 전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업기획은 실패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창업팀이 바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시작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경쟁, 운영, 마케팅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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