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가 0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무조건 왜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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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의 y축이 0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곧바로 왜곡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막대처럼 길이가 절대 크기를 나타내는 차트와 선처럼 변화의 흐름을 보여 주는 차트에는 서로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먼저 그래프가 절대 크기, 시간에 따른 변화, 배수 변화 가운데 무엇을 비교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 차트 형태와 척도, 단위·기간·분모·자료원을 점검하면 그래프를 그대로 받아들일지, 판단을 보류할지, 다른 표현을 요구할지 정할 수 있다.

같은 값의 차이가 0 기준 막대와 절단축 막대에서 다르게 보이는 구조
막대 길이로 절대 크기를 비교할 때 0 기준선은 값의 시각적 비율을 지킨다.

막대와 영역은 0 기준선이 원칙이다

막대와 영역은 길이나 면적으로 값의 크기를 표현한다. 0이 아닌 곳에서 막대를 시작하면 수치는 그대로여도 시각적 비율이 달라진다. 영국 통계청의 축과 격자선 지침도 막대·영역 차트는 0 기준선에서 시작하도록 안내한다.

두 값이 98과 100인데 축이 97에서 시작한다고 가정해 보자. 실제 차이는 2지만 표시되는 막대 길이는 각각 1과 3이므로, 큰 값이 작은 값의 세 배인 듯 보일 수 있다. 값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길이로 차이의 규모를 전달하는 방식은 부적절하다.

이때는 0부터 다시 그린 막대 차트나 실제 값을 적은 표를 요청할 수 있다. 작은 차이 자체가 분석 대상이라면 값의 순서가 없는 비교에는 점 도표나 범위 도표가 맞는다. 연도·월처럼 순서가 있으면 선그래프를 쓰고, 앞뒤 차이만 보여 주려면 변화량을 직접 표시하는 편이 낫다. 데이터래퍼의 제작 지침도 절단된 막대 대신 이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선과 점은 변화가 질문일 때 축을 좁힐 수 있다

선그래프와 산점도는 절대량보다 변화 방향이나 집단 간 간격을 읽는 데 쓰이기도 한다. 이런 그래프를 0부터 그리면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거의 평평하게 보일 수 있다. 영국 정부 분석 기능의 차트 지침은 축 절단이 작은 차이를 드러낼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과장을 피하도록 절단 표시와 설명을 명확히 하라고 권한다.

0이 아닌 선·점 차트를 읽을 때는 눈금 간격이 일정한지, 축의 시작값과 끝값을 확인할 수 있는지부터 본다. 축 중간을 생략했다면 절단 기호와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래프의 질문도 ‘어느 값이 얼마나 큰가’보다 ‘언제, 어떻게 변했는가’에 맞아야 한다.

첫 데이터점이 축의 시작선에 붙어 있으면 작은 움직임이 화면 전체를 차지해 변화가 더 커 보일 수 있다. 영국 통계청은 비영 축을 쓸 때 시작선과 첫 데이터점 사이에 차트 높이의 약 4분의 1에서 3분의 1만큼 여백을 두도록 안내한다. 이 수치는 모든 그래프의 정답이라기보다 축을 지나치게 바짝 자르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제작 기준으로 써야 한다.

같은 선그래프로 매출·인구·배출량의 절대 규모 차이를 강하게 주장한다면 판단을 보류하는 편이 낫다. 축 범위와 차트의 가로세로 비율에 따라 변화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Pandey 등의 통제 실험 연구는 절단축을 포함한 시각적 표현이 사실값을 바꾸지 않고도 차이를 과장하거나 축소해서 해석하도록 만들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다만 2015년 실험의 과제와 참가자 결과를 한국어 독자 전체의 오독률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로그축과 이중축은 비교 단위부터 확인한다

같은 거리의 눈금이 1, 10, 100처럼 일정한 배수로 증가한다면 로그축일 수 있다. 로그축에서 같은 거리의 상승은 같은 절대량이 아니라 같은 배수 또는 비율의 변화를 뜻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역학 데이터 기술 지침은 값의 범위가 넓거나 같은 비율의 변화를 비교할 때 로그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역학 자료를 대상으로 한 지침이므로 모든 차트에 그대로 적용할 규칙은 아니다.

로그축에는 척도 유형이 명시돼야 하며, 변환된 값의 같은 간격은 축에서도 같은 거리로 표시되어야 한다. 배수 변화가 질문이라면 유용하지만 두 값의 절대 차이를 직관적으로 비교하려는 목적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일반 독자를 위한 영국 통계청 지침이 로그축을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는 이유도 이런 해석 부담에 있다.

이중축에서는 왼쪽과 오른쪽 축의 시작점과 범위를 따로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두 선이 비슷하게 움직여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두 변수의 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 Calling Bullshit의 교육 자료도 축 범위와 절편을 조정해 시각적 동행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선형축·로그축·이중축에서 선의 의미가 달라지는 구조
로그축은 배수 변화를 나타내고 이중축은 서로 다른 단위를 겹치므로 선의 모양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

이중축에 나타난 단위가 다른 두 추세는 한 화면에서 참고하는 정도로만 읽는 편이 안전하다. 두 변수의 관계를 결론으로 제시한다면 각각의 패널, 목적에 맞는 공통 기준 지수, 산점도 또는 원자료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여러 패널이 같은 종류의 값을 비교한다면 축 범위와 눈금도 같아야 한다. 서로 다른 척도를 썼다면 선의 기울기나 높이를 패널 사이에서 직접 비교할 수 없다.

축 밖의 비교 조건까지 봐야 판단이 끝난다

축이 정직해 보여도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기간과 단위가 일치하는지, 전체 건수인지 비율인지, 비율의 분모가 같은 정의와 범위를 사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선택한 기간이나 빠진 관측값이 추세를 바꾸지는 않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표본이 작으면 몇 건의 변화만으로 비율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백분율만 보지 말고 실제 건수와 표본 크기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 원칙은 eCampusOntario의 통계 교재에서도 설명한다.

자료원·단위·기간·각주가 빠졌거나 불확실성이 감춰진 그래프만으로는 신뢰 판단을 마칠 수 없다. 축보다 먼저 원자료 접근 경로와 분모를 요구해야 할 때도 있다. 영국 정부 분석 지침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지침 모두 그래프에 단위와 자료원, 해석에 필요한 설명을 함께 제시하도록 요구한다.

신뢰, 보류, 재표현으로 판단한다

선·점 차트가 변화라는 질문에 맞고 눈금·척도·단위·기간·자료원이 확인된다면 제시된 범위에서 읽을 수 있다. 비영 축이라면 첫 데이터점 아래 여백도 확인한다. 여러 패널을 비교할 때는 공통 척도를 써야 하며, 그래도 축 밖의 누락이나 불확실성까지 해결됐다는 뜻은 아니다.

로그축의 비교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이중축이 두 변수의 관계를 암시한다면 결론을 보류한다. 척도 설명, 같은 척도의 개별 그래프, 산점도나 원자료를 확인한 뒤 판단하는 편이 안전하다.

절대량을 비교하는 막대·영역 차트에서 0 기준선이 빠졌거나 축 절단과 단위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재표현을 요구할 근거가 충분하다. 작은 차이를 보여 줘야 한다면 값의 순서에 따라 점·범위 도표, 선그래프, 변화량 표시 가운데 하나를 요청할 수 있다. 0이 아닌 축은 문제의 신호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판정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최종 판단은 차트가 무엇을 비교하며 이를 시각적으로 정직하게 표현했는지에 달려 있다.

참고 자료

  1.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Chart details: Axes and gridlines」
  2. UK Government Analysis Function, 「Data visualisation: charts」
  3. Datawrapper Academy, 「Why our column and bar charts start at zero (or below)」
  4. New York University, 「How Deceptive are Deceptive Visualizations?: An Empirical Analysis of Common Distortion Techniques」
  5.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Describing Epidemiologic Data」
  6. Calling Bullshit, 「Misleading axes on graphs」
  7. eCampusOntario / Fanshawe College, 「6.2 Describing Data Using Distributions and Grap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