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카트 손잡이만 바꿨는데 더 샀다? 실험의 조건

·

카트 손잡이만 바꿔도 구매가 달라진다

카트 손잡이의 방향이 팔 근육 활성화와 접근 성향을 거쳐 구매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네 단계 도식
손잡이에서 구매 행동까지

카트 손잡이만 바꿔도 구매 품목과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 영국의 한 연구진은 흔히 쓰는 수평 손잡이 대신 손수레처럼 카트의 진행 방향과 나란한 평행형 손잡이를 달아 현장실험을 했다. 그 결과 구매 품목과 지출이 늘었다. 연구진은 무언가를 밀 때 쓰는 삼두근보다 몸 쪽으로 당길 때 쓰는 이두근이 더 활성화돼 구매 행동을 촉진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수직형과 평행형은 구분해야 한다. 근전도 실험에서 수평형과 수직형은 모두 삼두근을 더 활성화했고, 이두근을 더 활성화한 것은 진행 방향과 나란한 평행형 손잡이였다.

그러나 어느 매장에서나 손잡이만 바꾸면 매출이 오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현장 결과는 영국의 특정 슈퍼마켓에서 나왔으며, 새로운 카트에 대한 호기심이나 매장 조건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근전도 실험과 수평형·수직형·평행형을 비교한 모의 구매 실험으로 이런 다른 설명을 줄였지만, 모든 업종과 고객에게 같은 크기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 연구는 주변 환경의 사소한 요소도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례로 읽는 편이 타당하다.

사람보다 먼저 환경을 본다

비전, 준비 조건, 운영 방식, 구성원 행동이 연결되어 성과 환경을 만드는 구조를 보여주는 도식
성과를 만드는 환경

환경이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 때 더 쉽게 이해된다. 쇼핑 카트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방식과 ‘주변 환경이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추상적인 생각만 제시하는 방식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 하나의 사례가 추상적인 생각을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해도, 독자가 그 생각의 윤곽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일하는 방식에도 같은 관점을 적용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회사라도 가슴 설레는 비전을 공유하며 일할 수 있고, 비용을 아껴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눌린 채 일할 수도 있다. 물론 비전만 제시해서는 부족하며, 이를 실현할 능력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 그래도 비용 절감만 이야기하는 회사에서는 더 큰 꿈에 도전할 사람이 나타나기 어렵다. 어떤 환경이 더 생산적인지는 구성원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뒷받침하는지를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다.

누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일한다면 그 사람을 탓하기 전에 잘못된 환경을 만들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선 뒤에야 개인의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일하기 좋은 조건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책임은 환경을 만든 사람에게도 있다. 글을 쓰는 나 역시 이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은 약팀으로 평가받던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고 4강에 진출했다. 당시에는 국내에서 뛰는 선수가 대부분이어서 장기 합숙이 가능했다. 박지성도 훗날 FIFA 인터뷰에서 2002년에는 국내파가 많아 대표팀이 함께 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홈 개최와 선수들의 능력, 긴 준비 기간, 감독의 운영이 함께 만든 결과이므로 히딩크 한 사람의 공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다만 선수들이 역량을 발휘할 환경을 만드는 데 감독의 매니지먼트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흥미로운 예시도 하나의 환경이다

글쓰기는 주장이나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이다. 독자가 주장을 받아들이거나 정보를 이해했다면 그 글은 목적을 이룬 셈이다. 인터넷 글에서는 독자의 흥미를 붙들 소재도 필요하다. 다만 흥미로운 소재를 이어 붙이는 것만으로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아니다.

독자가 인터넷 글을 평균 1분만 읽는다고 하나의 숫자로 말하기는 어렵다. Chartbeat가 2014년 공개한 자료에서는 전체 웹 방문의 55%가 15초 미만의 능동 체류였지만, 기사 페이지만 보면 그 비율은 3분의 1로 낮아졌다. 반면 Pew Research Center가 30개 뉴스 사이트의 모바일 이용 1억1,700만 건을 분석했을 때는 긴 기사의 평균 능동 열람 시간이 123초, 짧은 기사는 57초였다. 조사 시점이 다를 뿐 아니라 전자는 전체 방문과 기사 방문을 나눴고, 후자는 모바일 뉴스의 ‘완전한 상호작용’만 집계했다. 독자의 시간이 언제나 짧은 게 아니라 글의 종류와 측정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독자의 첫 관심을 붙드는 환경은 필요하다. 카트 손잡이처럼 흥미로운 예시는 독자가 주장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예시에 고개를 끄덕였다는 이유만으로 주장까지 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시가 보여주는 범위와 한계를 함께 밝혀야 그 위에 세운 주장도 오래 설득력을 유지할 수 있다.

참고 자료

  1. City St George’s, University of London, 「Getting a Handle on Sales: Shopping Carts Affect Purchasing by Activating Arm Muscles」
  2. FIFA, 「Park: There’s still a gap between Asian teams and the best」
  3. TIME, 「What You Think You Know About the Web Is Wrong」
  4. Pew Research Center, 「Analysis suggests some readers’ willingness to dig into long-form news on cellphones」